희곡중에 세시간짜리가 몇이나 되지? 안톤체홉작품들이 인터미션포함해서 얼추 3시간정도 되지만 현대작은 못 본거 같은데 인터미션 10분 포함해서 세시간 연극은 오랜만이다.
판소리 춘향가 같은게 세번정도 인터미션을 하면서 5~6시간정도 되는데 이토록 긴 공연이 가능한것은 지루하지 않게 잘 짜여진 구성과 수많은 에피소드와 상황에 적절한 소리들이 기승전결 진행될동안 어우러졌기때문이다.
이 연극 역시 세시간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뛰어난 장치들이 잘 갖춰진 멋진 작품이었다.
'빈자리 없음'이라는 제목은 무엇일까.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사별, 자살 등에 대한 이야기 삼부작의 마지막이라고 한다. (서재 결혼 시키기, 감정 연습, 빈자리 없음)
난자리는 티가 난다고 했던가? 사람의 빈자리 만큼 쓸쓸하게 보이는것도 잘 없을것이다. 그것을 파악한 선생이 자살한 학생의 자리를 바로 치웠다. 현명한 판단일수도 있고 애도의 시간정도는 함께 하는것이 낫지 않았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과연 어느 선택이 좋은 선택일까?
죽은 학생 안예지(정다함)는 반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한건지 인기 있는 선생의 관심을 받게 되니 학생들의 시기 질투가 도를 넘어서 말도 안되는 소문을 퍼뜨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건지까지는 설정이 조금은 모호하다. 상황을 보면 뛰어내릴정도의 사건이 발생한거 같아보이진 않지만 예지는 그 선택을 했다. 자존감이 강한 학생이라서 초반엔 학우들이 좋아하고 우러러 봤다고 했는데 이부분에서 좀 앞뒤가 안맞는 설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 의 단짝 남주은(박세인)은 예지의 죽음으로 괴로워 하기도, 자책하기도 그리고 그를 내몰게 한 선생들에게 복수를 기획한다.
1막 80분간은 추리 스릴러 같은 긴장감이 돈다. 남주은의 위태로움, 이이림(신윤지)선생은 남주은을 설득하고 자신의 다친 상처도 함께 치유해보려 다양한 시도도 하지만 주은이 품고 있는 그 빈자리를 채울순 없었는지 복수 계획을 실행한다. 짧지 않은 드라마 한편을 함축시킨 느낌으로 빠른 전개로 약간은 정신 없을만큼 시간이 흐르는데 리듬을 못 따라가는 순간 바로 졸리워지기도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과 선생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흐트러짐없지 지속된다. 초중반까지는 엉킨 무엇을 선생과 제자가 풀어나가는 것인가싶었다. 하지만 주은의 또 다른 내면은 그것을 거부하고 만다.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장고끝에 악수를 둔다고 했던가. 고심이 깊어갈수록 얽히고 설키며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는것이 어리석은 인간의 안타까운 결말로 내달리게 되는 그 시작점에 주은은 서게 된다.
2막 90분간은 이러한 복수의 화살 방향이 남이 아닌 주은 본인에게로 향했다는 것을 알기 위한 여정의 길. 물론 동일한 배경, 같은 인물들간의 갈등과 논쟁의 끝에서 찾게되는 일종의 깨달음이라고 해야 할지 결말은 어느정도 예상된 클리세, 식상함 정도로 맽음되니 후반엔 좀 긴장감이 떨어지는것도 어쩔 수 없었다.
막판엔(에필로그?) 너무 상투적인 전개때문에 이부분은 빼는게 낫지 않나 싶을정도인데 TV드라마를 보는것도 아니고 왜 해피엔딩을 눈으로 보여줘야 하는것인지. 주은의 절규에서 모든 마무리가 된것을 조금은 불필요하다. 조명만큼이나 회색조를 잃지 않고 진행하니 착잡하게 극장을 나가게 하는게 미안했던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옥상에서가 엔딩이었으면 훨씬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간의 빈자리는 인간에서 비롯되고 인간만이 맽음을 할 수 밖에 없다. 연극에서는 그것을 학생과 선생 그리고 합리화 하는 또 다른 자아와의 대결구도로서 풀어가는데 집중하다보면 약간 힘든면이 있지만 훌륭히 잘 풀어놓는다. 좀 아쉬운것은 관객이 생각할 여지를 좀 남겨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는 정도?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을 할거면 공연을 2시쯤 해서 5시에 끝내고 6시까지 하면 저녁도 먹을수 있고 좋은데 6시에 끝내면 관객도 지치고 배고픈데 그때 관객과의대화를 진행하는건 좀 아쉽지 않을까? (참여해본적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