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전이었을까? TV에서 독거노인들에게 밥을 나눠주는것을 소재로한 프로그램을 잠시 본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잔잔한(?) 충격을 받았다.
가진거 없기에 정부에서 그들의 끼니를 해결해주는 좋은 제도인데.. 각종 반찬들이 내가 먹고 사는것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훌륭해 보인다. 하루 한끼만 제공한다고 하는데 내가 하루종일 먹는 양보다 많다. (무료 식사를 제공받는 노인들은 그것을 하루 두끼로 나눠 드신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부족하다는 뉘앙스였음)
이전엔 전혀 그런생각이 없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내가 제대로 먹고는 살고 있는것일까?란 딜레마에 빠져든다.
난 뭐길래 밥+김치를 선호하는것일까? 여기에 계란 한가지만 더 첨가되면 밥먹는것이 즐겁다는 느낌마져 든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머리속에서 맴도는것이 내가 육욕을 사라지게 하고자 노력한것은 굶어죽겠다는 말도 아니고 무소유를 주장하는것도 아니고 신선이 되겠다는 것도 아닌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실현(?)해보고자 하는것인데
너무 허접하게 먹는것이 아닌가?
혹자는 내게 이런말을 할 수도 있다. '넌 피자를 좋아하잖어?' 그치 나는 피자를 좋아한다. 문제는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한번 이상 잘 안먹는다.
'넌 초콜릿을 그 자리에서 몇통씩 먹잖어?' 그치 나는 초콜릿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1년에 서너번도 먹지 않는다.
'넌 아이스크림에 환장했잖어?' 맞아. 나는 아이스크림에 환장했어. 한시간 남짓동안 1키로가 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우니까 그러나 한달에 한번 아니 몇달에 걸처 한두어번이 될까 말까 한다.
시작하면 너무과해지는게 싫고 안하면 또 너무 안하는게 꼴보기 싫어서 적당함을 찾아보려 애쓴지도 20년이 다 되가지만 내가보기엔 전혀 안되고 있다.
나는 왜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밥+김치만을 먹으면서도 좋아라 하는것일까? 오히려 뷰폐같이 먹을것이 엄청 많은곳은 아주 비선호하는곳중 한가지.. 뭐랄까? 너무 과해서 식욕이 모두 사라져버린다고 할까? 온갖냄새가 모두 섞여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내 밥통이 제법 큰것은 확실한데 이런곳만 가면 밥통이 확! 쫄아버리는지 매우 적게 먹어서 돈도 아깝고.. 쩝
어떻게 살았길래 이런가?
곰곰히 과거를 생각해보니 묘한 결론에 봉착한다. 어린시절엔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는데.. 울 할머니께선 음식을 적게 하시고 가지수도 매우 적었다.
1800년대 분이라 보리고개같은것이 있으셨었나? 울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면 뭐가 찢어질정도로 가난하진 않았던거 같은데.. (아버지께서 쌀에 연연하시는것을 보면 결코 잘살진 못하셨던듯 함)
아마도 내 나이정도 되는 사람중 이런 식단에서 밥을 먹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것인데 그 식단이 무엇이냐면..
할머니께서 고향에서 농사지으시면서 살아가시길 늘 원하셔서 기회만 되면 어떻게든 고향으로 가셨다. (고향으로 내려가시면 울 아버지는 내려가셔서 모셔오곤 한것이 내가 본것만도 몇번인지 알수가 없을정도임) 방학도 되었기에 할머니 계신곳을 당연히 내려갔는데.. 작은 단칸방을 빌리셔서 그곳에서 생활을 하셨는데 구체적인 기억은 안나지만 (걸어서 수백여미터정도만 가면 그 동내에선 제법 의리의리한 집이 고모집이셨고 남아도는게 방들이었는데 왜 그곳을 안들어가셨는지는 모르겠음) 나야 당연히 할머니 품이 그리워 갔으니 할머니와 같이 생활을 하는데.. 끼니때가 되면 상에 차려나오는것은 밥+간장(약간의 부추를 썰어서 넣은정도) 내가 그곳을 방학동안 있었으니 그동안 내내. (품앗이 하신후 간혹 얻어오신 과일이 있었던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은데 기억엔 없음 -.,-;;)
지금 생각해보면 묘한 반찬.. 간장? 간장과 쌀만 가지고도 사람이 살수 있나?
반찬투정 하는 놈을 놓고 어른들께서 '똥구멍이 찢어질거 같이 가난할때는 간장종지 한개만 놓고 먹었다' 말씀을 하시는데. (실제로 이런말씀을 하시는 노인들을 본적은 없음 ^_^;;)
무슨 고행을 하는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이 많은것도 아니고(TV프로그램을 보면서 노인들도 저렇게 많이 드시나?라며 깜짝 놀랐음 -.,-;;) 무슨 자린고비 인생도 아니고 집에 누워 계시는것도 아닌 하루 종일 일품팔며 사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사셨던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뭐 음식 남기시는거 엄청 싫어하셨고 음식을 많이 하시는것도 싫어하셨고(울 어머니께서 손이 크시다고 약간의 꾸중을.. 히히히) 이거야 워낙 먹고 살게 없이 사셨을지도 모르니 그럴수 있지만.. (뭐 나도 음식 많이 해서 남겨 버리는 사람은 쫌 거시기 함. 죽어서 다 먹어야 하니까 ㅋㅋㅋㅋ)
원래 힘들게 살았던 사람일수록 먹는것 만큼은 아끼지 않는데.. 신기하다.
뭐 덕분에 나는 밥+김치만 가지고도 끼니 걱정없이 살고 있다. 비록 나보다 약간은 부족하게 살고 계신분들보다 못먹고 사는것 처럼은 보이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것이니 저들보다는 더 우울한것은 아니겠지..
자식농사 빼놓고는 먹는게 남는거라고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살고 있는것일까나?
사람으로 태어나 죽기전에 일본 와큐(소) 한번 배불리 먹어보는것도 좋은 경험일듯 한데.. ㅋㅋㅋ 올 여름무렵 일본에 갈수 있을법도 하니 기계라도 한대 팔아서 먹어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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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릴때 할아버지집은 동네에서도 꽤나 잘 살았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암튼 그래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울 할아버지께서는 뜨거운밥에 계란 하나 깨고 간장과 참기름만 넣고 비벼드시는걸 좋아하셨던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맛있는데... 내일은 그렇게 한번 먹어볼까?? ㅋ